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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시행 하루 앞두고 전격 폐쇄, 시기상 우연 아니다
지난 4월 27일,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던 불법 웹툰·웹소설 공유 사이트 세 곳이 하루아침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오랫동안 수많은 창작자와 콘텐츠 업계에 막대한 손실을 입혀온 이들 사이트가 같은 날 나란히 문을 닫은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를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시행을 앞두고 관련 부처와 업계가 막바지 점검 회의를 진행한 바로 그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이트 폐쇄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온라인에서는 "나도 처벌받는 거 아니냐", "그냥 보기만 했는데 괜찮은가", "접속만 해도 죄가 되나"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정리해본다.
세 사이트, 사실은 한 사람이 운영
이번에 문을 닫은 세 곳은 겉보기엔 별개의 사이트였지만, 실제로는 동일 인물이 총괄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에서 '박사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운영자는 국내외 웹툰을 무단 복제해 올리던 사이트, 일본 만화 스캔본을 대량 유통하던 사이트, 유료 웹소설·전자책을 무단 게재하던 사이트를 각각 운영하며 방대한 이용자층을 흡수해왔다.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년 웹툰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당 계열 사이트들의 월평균 피해액은 약 398억 원, 월 이용자는 1,220만 명에 달했다. 연간 피해 규모로 환산하면 7,215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새벽 4~6시처럼 이용자가 가장 적은 시간대조차 동시 접속자가 4만~5만 명 수준을 유지했고,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 피크 시간대에는 10만 명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왜 하필 그날이었나 — 5월 11일 '긴급차단제' 시행 임박
문체부는 이날 오후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콘텐츠 업계와 통신 3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새로운 불법 사이트 차단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다짐하는 자리를 가졌다.
핵심은 5월 11일부터 시행되는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다. 그동안은 해외 서버에 근거지를 둔 불법 사이트를 막으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했고, 이 과정에만 수개월이 소요돼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사이트들은 도메인만 갈아타며 유유히 단속을 피해왔다.
새 제도는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5월 11일부터는 문체부 장관이 통신사에 직접 접속 차단을 지시할 수 있게 되며, 8월 11일에는 나머지 개정 조항이 전면 시행된다. 여기에는 상습·고의적 침해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릴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형량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8월 11일 이후 발생하는 침해 행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본격적인 수사와 처벌 국면이 시작되기 전에 증거를 없애고 잠적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운영자는 이미 일본으로 귀화한 상태여서 국내 수사가 사실상 멈춰 있다. 경찰이 일본 외무당국에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신병 확보 등 눈에 띄는 진전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 사이트는 폐쇄 공지를 통해 "재개 계획은 전혀 없으며, 앞으로 유사한 이름의 사이트가 등장하더라도 이는 본 서비스와 무관한 사칭"이라고 밝혔고, "이용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전부 삭제됐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용자는 처벌받나 — 전문가들의 답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콘텐츠를 열람만 한 이용자를 형사처벌하기는 현행법상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불법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시청만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일시적 복제'로 분류되어 직접적인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스트리밍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경우 이용자의 기기에 영구적인 사본이 남지 않기 때문에, 사적 이용의 한계를 벗어난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한 변호사는 "이용자가 단순히 시청만 하는 경우, 그 콘텐츠가 불법 사이트를 통해 유통됐다 해도 실제로 기기에 복제물이 저장되지 않는 이상 저작권 침해로 보기 힘들다"며 "그래서 정부도 이용자 개개인이 아니라 콘텐츠를 배포·전송하는 운영자를 처벌하고, 사이트 자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의 경우는 명확히 다르다.
① 다운로드해서 SNS나 단체 채팅방에 퍼뜨린 경우 콘텐츠를 내려받아 SNS,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단체방 등에 공유했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불법임을 알면서도 링크를 퍼뜨리는 행위 역시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②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혹은 불법 촬영물인 경우 이런 콘텐츠는 시청 자체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저작권법이 아니라 별도 법률이 적용되는 사안이어서, 일반 웹툰·만화 열람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단순 열람·시청: 형사처벌 가능성 낮음
다운로드 후 유포·공유: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 가능
불법 링크 공유: 방조 혐의 적용 여지 있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불법 촬영물 시청: 별도 법률에 따라 시청만으로도 처벌 대상
법조계가 짚는 진짜 문제 — 도박과의 결합
한 변호사는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의 법적 책임에 대해 "운영자는 저작권법상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동시에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원은 웹툰 수백 편을 무단으로 올려 도박 사이트 광고 수익을 챙긴 운영자에게 저작권법 위반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불법 웹툰과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결합 구조다. 웹툰 사이트로 대량의 트래픽을 끌어모은 뒤 도박 광고 배너를 붙여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저작권법 위반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 뒤섞인 복합 범죄 형태를 띤다.
배상액이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콘텐츠 기업들이 한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20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지만, 웹툰 75만 건, 웹소설 250만 건이 불법으로 유통된 실제 피해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라는 것이다. 법정손해배상 제도의 활성화와 배상 기준 상향 등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선 사례 — 누누티비의 최후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앞서 폐쇄된 대표적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의 전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송·OTT 콘텐츠를 무료로 불법 스트리밍하던 이 사이트는 화제작이 공개될 때마다 검색량이 폭증할 만큼 파급력이 컸다. 2023년 4월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이후에도 다른 이름의 스트리밍 사이트와 웹툰 사이트를 새로 열어 범행을 이어갔다. 결국 2024년 11월 국내 수사기관과 검찰, 국제형사경찰기구의 공조 수사로 운영자가 붙잡혔다.
법원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며, 피고인이 과거 다른 범죄로 실형을 받고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다만 이 사건에서도 단순 이용자가 처벌받은 사례는 없었다. 법조계에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나 불법 촬영물이 아닌 이상 현행법상 시청자 개인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다만 콘텐츠를 저장하거나 재배포하면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한편 이 사이트는 P2P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기기에 저장된 영상 조각을 다른 이용자에게 배포하도록 만든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저작물 불법 공유의 공범이 된 셈이다.
잊지 말아야 할 선례 — 밤토끼 사건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가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는 앞서 있었던 밤토끼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국내 최대 규모였던 이 사이트의 운영진은 2018년 부산 지역 경찰에 검거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외에 서버를 두더라도 국제 공조수사가 이뤄지면 결국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번 사건 운영자, 처벌될 수 있을까
문제의 운영자는 현재 일본 국적을 취득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수사기관이 직접 신병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경찰이 일본 측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없다. 다만 창작자 단체가 지난해 대규모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사이트가 문을 닫은 뒤에도 민·형사 소송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밤토끼 사건이 보여주듯 해외로 몸을 피했다고 해서 처벌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으로 국제 공조수사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의 법적 근거도 한층 강화된 상태다.
업계의 시선 —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폐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낙관은 이르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웹툰이나 영상 불법 시청 문제는 사이트 하나 막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수익 구조, 이용자 인식, 처벌 수위가 함께 바뀌지 않으면 비슷한 사이트는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불법 사이트에 도박 광고가 다수 붙어 있고, 이용자들이 그 광고를 통해 도박 사이트로 유입되는 구조 역시 문제로 꼽힌다. 사이트를 차단해도 곧 새 사이트가 생기지만, 자금줄인 계좌를 막으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벌써부터 대체 사이트를 찾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폐쇄 공지에서 "유사한 이름의 사이트는 사칭"이라고 미리 언급한 것 자체가 후속 사이트의 등장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5월 11일부터 시행되는 강화된 제재 조치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